불사용으로 인한 등록상표의 취소를 면하기 위한 등록상표의 사용

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표장입니다. 따라서 상표는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에, 상표등록은 사용하고 있는 상표에 대하여 인정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합니다. 이를 사용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사용주의는 상표등록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단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상표의 사용과는 무관하게 상표등록을 인정하는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등록주의는 사용주의와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상표가 등록됨으로 인하여 타인의 상표 선택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단점을 가집니다. 등록주의의 이러한 폐해을 방지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상표법은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또는 통상사용권자 중 어느 누구도 정당한 이유없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에 대하여 취소심판청구일 전 계속하여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는 상표등록의 취소심판 청구에 의하여 등록상표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표등록을 받은 자, 즉 상표권자는 자신의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록상표를 사용하여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됩니다.

상표등록의 취소를 면하기 위한 등록상표의 사용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경우를 말하고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때, 동일한 상표는 등록상표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거래사회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포함합니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3후1834 전원합의체 판결). 그러나, ‘거래사회 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와 ‘유사상표’ 간의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등록상표가 영문자와 그것의 한글음역이 병기된 구성을 가질 때, 영문자만으로 된 상표 또는 한글음역만으로 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그것이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은 ‘CONTINENTAL’과 ‘콘티넨탈’이 병기된 구성을 가지는 등록상표에 대하여 ‘CONTINENTAL’만을 상표로 사용한 것에 대하여 불사용을 이유로 하는 등록상표의 취소 사건에 있어서, “위와 같은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여기서 ‘등록상표를 사용’한다고 함은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를 말하고 유사상표를 사용한 경우는 포함되지 아니하나, ‘동일한 상표’에는 등록상표 그 자체뿐만 아니라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설시하면서, 이 사건의 사용을 등록상표의 사용으로 인정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위 대법원 판결은 “영문자와 이를 단순히 음역한 한글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그 영문 단어 자체의 의미로부터 인식되는 관념 외에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관념이 생겨나지 않고, 영문자 부분과 한글 음역 부분 중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통상적으로 등록상표 그 자체와 동일하게 호칭될 것으로 보이는 한, 그 등록상표 중에서 영문자 부분 또는 한글 음역 부분만으로 구성된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거래통념상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해당하며, 이를 두고 등록상표 취소사유인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한편, 대법원 1992. 11. 10. 선고 92후650 판결은 ‘도형’+’컴퓨터월드’를 구성으로 하는 등록상표에 대하여 ‘컴퓨터월드’만을 ‘컴퓨터정보잡지’의 제호로 사용한 것에 대한 상표등록취소 사건에서, “위 조항 소정의 등록상표의 사용에는 등록된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는 물론 거래통념상 식별표지로서 상표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할 것인바, 이 사건 상표중 도형부분은 그 자체만으로 식별력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상표의 요부를 구성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상표중 도형 부분을 제외한 문자부분만을 잡지의 제호로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등록상표의 요부가 아닌 부기적 부분을 변형하여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사용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후92 판결은 “등록상표가 반드시 독자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할 이유는 없으므로 다른 상표나 표지와 함께 등록상표가 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등록상표가 상표로서의 동일성과 독립성을 지니고 있어 다른 표장과 구별되는 식별력이 있는 한 등록상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UNi SPORTS’라는 영문자를 상단에 표시하고 그 밑에 이 사건 등록상표인 ‘토끼머리 도형’ 상표를 표시한 사건에 대하여, “위 문자 부분과 도형 부분은 일체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지 아니하고 그 결합으로 인하여 새로운 특정한 관념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어서 분리관찰될 수 있는 것이므로, 등록상표인 도형 부분은 위 영문자 부분과는 구별되어 그 동일성과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피삼판청구인은 위 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이 사건 등록상표를 사용하였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후345 판결은 “상표권자가 등록상표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그 색상이나 글자꼴을 변경한다든가, 그 상표에 요부가 아닌 기호나 부기적 부분을 변경하여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를 동일한 상표의 사용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이 사건 등록상표가 ‘SCABAL TEX’이고 지정상품(양복지)에 ‘MADE BY J.MOBANG SCABAL’이라고 표기한 사건에 대하여, “원고가 위 양복지에 사용한 것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일부인 “SCABAL”이지만, 나머지 부분인 “TEX”는 양복지 등의 직물류에 사용되는 관용명칭이어서, 위 “SCABAL”은 거래사회의 통념상 이 사건 등록상표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사용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하나인 소모직물은 양모의 가느다란 긴 털로 만든 모직물을 말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양복지로 많이 사용되고, 또한 원고가 행하고 있는 사업종목에 모직물의 도매업이 포함되어 있는 점을 보태어 보면 결국 이 사건 등록상표는 그 지정상품 중 하나의 소모직물에 관하여 사용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지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