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유사 판단기준

서론: 상표 유사 판단의 본질과 목표

상표의 유사 판단은 상표 등록 및 권리 침해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법적 절차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두 표장의 외형적 차이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수요자’가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하거나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상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출처표시 기능’을 보호하고, 수요자가 특정 브랜드를 신뢰하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확립하려는 상표법의 근본 목적에 따른 규범적이고 가치론적인 평가 과정입니다.

판단의 원칙: ‘수요자’의 관점과 ‘이격적 관찰’

상표 유사성 판단은 가상의 주체인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수요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수요자는 해당 상품 분야에 대한 평균적인 지식과 주의력을 가진 합리적인 일반인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러한 수요자의 관점에서 법원과 특허청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상표를 관찰합니다.

전체적 관찰: 상표를 인위적으로 분해하지 않고, 구성 부분 전체가 결합하여 주는 인상과 느낌을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객관적 관찰: 당사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닌, 실제 거래 사회의 통념과 객관적 증거에 기반하여 판단합니다.

이격적 관찰: 수요자는 두 상표를 나란히 놓고 정밀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접하며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한다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두 상표를 시간적·공간적 간격을 두고 관찰했을 때 혼동의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원칙 때문에, 나란히 놓으면 구별 가능해 보이는 상표라도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접했을 때 수요자의 기억 속에서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면 유사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유사 판단의 3대 핵심 요소: 외관, 호칭, 관념

위의 원칙하에, 상표의 유사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평가됩니다.

외관(Appearance)의 유사: 상표의 시각적 형태, 디자인, 구성, 색채 등 외형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인상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문자 하나하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상표 전체가 주는 ‘지배적인 시각적 인상’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헬프미’와 ‘헬픔이’는 자음·모음에서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글자 수, 전체적인 배열, 시각적 구조가 유사하여 외관상 유사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호칭(Pronunciation)의 유사: 상표를 소리 내어 불렀을 때 들리는 발음, 음절, 어감 등 청각적 혼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문자 상표의 유사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국어로 된 상표의 호칭은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일반 수요자가 그 외국어를 보고 특별한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영문 ‘falchi’와 한글 ‘뽈찌’는 외관과 관념이 다르지만, 한국 수요자에 의해 유사하게 발음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호칭이 유사하다고 판단된 바 있습니다.

관념(Concept)의 유사: 상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 아이디어, 또는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유사하여 수요자가 두 브랜드를 의미적으로 연결시킬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전을 찾아보거나 깊이 생각해야 알 수 있는 숨겨진 의미가 아닌, ‘일반 수요자가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의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LION KING’과 ‘사자왕’처럼 언어는 다르지만 번역 시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더 나아가, ‘UNSTRESS’와 ‘STRESS-OUT’ 사례처럼 두 상표의 외관과 호칭이 명확히 다르더라도, ‘스트레스를 없애준다’는 동일한 관념을 형성하여 수요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면 유사 상표로 판단됩니다.

종합적 고려 및 지정상품의 유사

세 가지 요소(외관, 호칭, 관념) 중 어느 하나만 유사해도 전체적으로 유사 상표라고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규칙이 아니며, 어느 한 요소가 유사하더라도 다른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명확히 출처의 혼동을 피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유사상표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결국 법원은 세 요소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혼동 가능성’이라는 최종 기준에 따라 종합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표의 유사 판단은 반드시 지정상품 또는 서비스의 유사 판단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상표 자체가 아무리 유사하더라도, 그 상표가 사용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면 출처 혼동의 우려가 없으므로 상표권 침해나 등록 거절의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상품의 유사는 상품의 품질, 용도,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실제 거래 사회의 통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최신 동향

최근 주목할 만한 변화는 2024년 5월 1일부터 시행된 ‘상표 공존 동의 제도’의 도입입니다. 과거 한국 상표법은 선등록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 이유가 통지되면 선등록상표권자가 동의를 해주더라도 등록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개정법은 선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동일한 상표는 제외)에 대해 선등록상표권자의 동의서를 제출하면 예외적으로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는 경직된 규제에서 벗어나 시장 참여자들의 자율적인 합의와 상업적 현실을 존중하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상표의 유사 판단은 외관, 호칭, 관념 및 지정상품의 유사를 ‘수요자 혼동 가능성’이라는 최종 기준 하에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성공적인 브랜드 보호 및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단순히 이름의 차이를 넘어, 발음, 의미, 시각적 인상, 그리고 사업 영역까지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심층적인 선행상표 조사와 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