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7후2857 판결은 특허법은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는 최선출원에 한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여 동일한 발명에 대한 중복등록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바, 전후로 출원된 양 발명이 동일하다고 함은 그 기술적 구성이 전면적으로 일치하는 경우는 물론 그 범위에 차이가 있을 뿐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 발명은 동일하고, 비록 양 발명의 구성에 상이점이 있어도 그 기술분야에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보통으로 채용하는 정도의 변경에 지나지 아니하고 발명의 목적과 작용효과에 특별한 차이를 일으키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양 발명은 역시 동일한 발명이다(대법원 1985. 8. 20. 선고 84후30 판결, 대법원 1991. 1. 15. 선고 90후1154 판결 참조)”라고 설시하였고, 또한 “구 특허법 제11조 제1항을 적용하기 위한 전제로서 두 발명이 서로 동일한 발명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대비되는 두 발명의 실체를 파악하여 따져보아야 할 것이지 표현양식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므로, 대비되는 두 발명이 각각 물건의 발명과 방법의 발명으로 서로 발명의 범주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동일한 발명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0. 2. 27. 선고 89후148 판결, 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5후3017 판결 참조)”라고 설시하였습니다.
상기 대법원 판결은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청구항 제1항)을 청구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은 청구항 제1항에 기재된 선출원발명(특허범호 제90479호)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므로, 이 사건 특허는 그 권리범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선출원발명의 청구항 제1항은 “암로디핀 염기를 불활성 용매 중에서 벤젠설폰산 또는 그의 암모늄염의 용액과 반응시킨 후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을 특징으로 하여 암로디핀의 베실레이트염을 제조하는 방법”입니다.
상기 대법원 판결은 구체적 판단에서 “이 사건 선출원 제1항 발명에서 원료물질을 반응시키기 위하여 용매에 관한 반응 조건을 부가하면서 구체적인 용매를 적시하지 않고 막연히 ‘불활성 용매’를 사용한다고만 기재한 데에 기술적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술이나 방법에 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으므로, 이 사건 선출원 제1항 발명에서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함’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데에 별다른 기술적 의미는 없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지적을 역으로 이해하면, ‘용매에 관한 특별한 반응조건을 부가’한다든지, ‘베실레이트염을 회수하는데 특별한 기술’을 부가한다면 두 발명은 서로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습니다.
상기 대법원 판결이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출원이 먼저 이루어진 후 물건에 관한 특허출원이 나중이 이루어지고, 그러한 두 특허출원이 모두 특허등록된 경우에 나중의 특허등록(즉, 물건의 특허등록)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것은 중복특허배제의 원칙에 기초하는 것입니다.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후행 특허등록을 인정한다면 특허권의 존속기간을 실질적으로 연장하는 결과가 되어 특허법의 목적에 반하게 되고, 또한 동일한 발명에 관한 특허가 서로 다른 권리자에게 소유될 경우 실질적으로 동일한 침해분쟁이 서로 다른 법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중복특허배제의 원칙은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건의 제조방법은 그 제조방법에 의하여 제조되는 물건을 한 구성요소로 포함하는 것이고, 그래서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를 침해한다면 당연히 물건에 관한 특허를 침해하는 것이 됩니다.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이 어떤 이에 의하여 먼저 특허출원되었고, 해당 물건에 관한 발명이 다른 이에 의하여 나중에 특허출원되었다면, 물건에 관한 특허출원은 신규성에 관한 특허요건(특허법제29조제1항; 선행특허출원이 먼저 출원공개 또는 등록된 경우) 또는 확대된 선원주의에 관한 요건(특허법제29조제3항 및 제4항; 선행특허출원이 공개되기 전에 후행특허출원이 제출되었고, 그 후에 선행특허출원이 출원공개 또는 등록된 경우)에 의거하여 특허등록이 거절될 것입니다. 이때, 물건에 관한 발명에 대하여 특허등록이 거절되는 이유는 선행하는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특허출원에 비하여 물건에 관한 발명이 기술적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물건에 관한 발명이 먼저 특허출원되었고, 그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이 나중에 특허출원된 경우에는 후행특허출원에 기재된 물건의 제조방법이 선행특허문헌에 기재된 제조방법 또는 그 물건의 구성으로부터 자명하게 도출되는 제조방법과 동일하다면 그 후행특허출원은 특허등록이 거절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특허등록이 허여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후행발명은 선행발명이 전혀 밝혀내지 못한 기술적 측면에서의 기여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상기 대법원 판결은 선원주의를 적용하여 후등록특허가 무효로 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그 판단기준을 모호하게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미흡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 판단에서 물건에 관한 발명을 그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마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물건 발명은 그 물건 제조방법 발명과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한편, 두 발명이 물건 발명과 방법 발명으로 서로 발명의 범주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동일한 발명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물건 발명과 그 물건 제조방법 발명은 원칙적으로 다른 발명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동일한 발명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즉, 동일성 판단에 관한 기준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시하지 않음으로써 약간의 혼동을 초래하는 점이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특허법은 선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다른 날에 둘 이상의 특허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먼저 특허출원한 자만이 그 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고(특허법 제36조제1항), 동일한 발명에 대하여 같은 날에 둘 이상의 특허출원이 있는 경우에는 특허출원인 간에 협의하여 정한 하나의 특허출원인만이 그 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특허법 제36조제2항).
물건에 관한 발명과 그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을 일반적으로 동일한 발명으로 인정된다면, 출원인은 물건 발명과 그 물건 제조방법 발명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특허등록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그 둘 모두를 특허등록을 받을 수는 없게 된다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상기 대법원 판결이 물건 발명과 그 물건 제조방법 발명이 특별한 경우에만 동일한 발명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취지라면, 그 특별한 경우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점은 다소 미흡한 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이 선출원된 상태에서 그 물건에 관한 발명이 후출원되었다면, 그러한 후출원은 그 물건에 관한 존속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를 가지는 반면에 선출원에 비하여 기술적 측면에서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였으므로, 특허등록이 불허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라도 미국처럼 terminal disclaimer 제도를 도입한다면 선출원의 존속기간과 일치시키는 조건에서 특허등록이 허여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한편, 물건에 관한 발명이 선출원된 상태에서 그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이 후출원되었다면, 그러한 후출원은 선출원에 기재된 제조방법 또는 그 물건의 구성으로부터 자명하게 도출되는 제조방법과 동일하지 않다면 특허등록이 허용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물건의 제조방법에 관한 발명은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그 물건뿐만 아니라, 원료 및 제조방법 그 자체 등을 포함하므로, 원료 및 제조방법 그 자체 등이 그 물건으로부터 자명하지 않다면 그 물건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기술적 사항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