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발명

선택발명은 선행기술에 상위개념으로 공지된 발명 범위 내에서 특정 하위개념을 선택하여 특허를 받은 발명을 말합니다. 선택발명의 인정은 넓은 범위를 공개하는 선행 특허가 후속 연구개발(R&D)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점진적이지만 중요한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적 목적을 가집니다.

제1부: 한국의 법적 프레임워크 및 최신 동향

선택발명의 특허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신규성, 명세서 기재요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보성입니다.

신규성 및 명세서 기재요건: 신규성은 선행문헌에 해당 발명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지 않았다면 인정됩니다. 단순히 상위개념에 포함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신규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명세서에는 발명의 효과를 명확히 기재해야 하지만, 출원 시점에 모든 실험 데이터를 제출할 필요는 없으며, 심사 과정에서 의견서와 함께 보충 자료를 제출하여 효과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진보성 판단의 패러다임 전환: 과거 한국의 판례와 심사 실무는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거의 전적으로 ‘효과의 현저성’에 의존했습니다. 즉, 선행기술에 비해 질적으로 다르거나 양적으로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보여야만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픽사반(Apixaban) 사건(대법원 2019후10609)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효과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던 관행을 비판하고, 다른 모든 발명과 마찬가지로 ‘구성의 곤란성’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선행기술에 상위개념이 존재하더라도, 그로부터 특정 하위개념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비자명한 창작 과정일 수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기준 하에서 ‘효과의 현저성’은 진보성 판단의 독립적인 요건이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을 추론하게 하는 유력한 간접 증거로 기능합니다. 즉, 예측 불가능한 뛰어난 효과는 그 구성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강력히 뒷받침합니다. 반대로, 구성의 선택 자체가 매우 창의적이고 곤란했다면, 효과가 다소 평이하더라도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제2부: 주요국 특허 제도와의 비교

미국(USPTO): ‘선택발명’이라는 별도 법리 없이, 모든 발명을 비자명성(non-obviousness)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시도해 볼 만한 자명성(obvious to try)’과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있었다면 특허받기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unexpected results)’를 입증하여 이를 반박할 수 있습니다.

유럽(EPO): 신규성 판단에 ‘두 목록 원칙(two-list principle)’ 등 구조화된 기준을 적용하며, 진보성은 ‘문제-해결 접근법’을 통해 평가합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효과’는 발명이 비자명한 해결책임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제3부: 출원인을 위한 실무 전략

명세서 작성:

구성의 곤란성 주장: 선행기술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왜 특정 선택에 이르기 어려웠는지를 서사적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효과의 현저성 입증: 가장 가까운 선행기술과 비교한 정량적·정성적 데이터를 명확히 제시하고, 이러한 효과를 명세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청구항 설계: 넓은 범위부터 구체적인 실시예까지 계층적인 후퇴 지점(fall-back position)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절이유 대응:
심사관의 논리를 분석하고, 한국에서는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주장해야 합니다.
출원 후 실험 데이터는 명세서에 기재된 효과를 ‘입증’하는 목적으로만 제출 가능하며, 새로운 효과를 주장하는 데 사용될 수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청구항 보정, 분할출원 등 절차적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결론

한국의 선택발명 법리는 ‘효과’ 중심의 단일 기준에서 벗어나 ‘구성의 곤란성’을 포함하는 종합적 분석 체계로 발전했으며, 이는 국제 기준과도 조화를 이룹니다. 향후 AI 기술의 발전은 ‘구성의 곤란성’에 대한 새로운 법적 과제를 제시할 것이며, 특허 실무자는 각국의 법리를 깊이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