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은 특허권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특허법 제94조). 특허권은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는 것입니다. 특허법은 특허발명의 실시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발명을 크게 물건발명과 방법발명으로 나누면서, 물건발명의 실시는 그 물건의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방법발명의 실시는 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로 정의하며,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 발명의 실시는 그 방법을 사용하는 행위 외에 그 방법에 의하여 생산된 물건을 사용, 양도, 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특허법 제2조).
물건발명은 청구되는 물건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물건의 구조, 성질 등에 의하여 물건을 직접적으로 특정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생명공학 분야, 화학 분야 등에서 어떤 물건발명은 어떠한 제조방법에 의하여 얻어진 물건을 구조 또는 성질 등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특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제조방법에 의하여 물건을 간접적으로 특정하는 특허청구범위 기재방식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재방식에 의하여 기재된 물건발명을 대법원은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으로 명명하였습니다(영어로는 product by process claim으로 명명됩니다). 이러한 기재방식의 물건발명은 기본적으로는 직접적 특정수단의 부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지만, 물건에 대하여 직접적인 특정수단이 있는 경우에도 특허청구범위 기재의 편의성을 위하여 허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은 발명의 대상이 제조방법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물건 자체이므로 발명의 유형 중 물건발명에 해당한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특허성 및 특허침해 판단요건을 어떻게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각 국가들 간에 차이가 있고 또한 특허요건에 대한 판단과 특허침해에 대한 판단이 일관적이지 않음에 따라 혼란이 있어 왔습니다. 즉, 제조방법에 대하여 신규성 및 진보성이 인정되는 조건에서 물건 자체에 대해서는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없는 경우 및 있는 경우에 대하여 제조방법이 특허성이 있기만 하면 물건발명도 특허성이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제조방법에 관계없이 물건 자체만을 고려하여 특허성이 없다고 해야 할지에 대해 다른 관점이 있어 왔습니다. 또한 특허침해 여부에 대하여도, 물건 자체만을 기준으로 특허침해를 판단해야 할지 아니면, 물건 자체에 더하여 제조방법도 동일해야 특허침해라고 판단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하여 대법원은 종지부를 찍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 2011후927 판결(2015. 1. 22. 선고)은 “물건의 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은 최종 생산물인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을 특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그 의미를 가질 뿐이다. 따라서,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의 특허요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 기술적 구성을 제조방법 자체로 한정하여 파악할 것이 아니라 제조방법의 기재를 포함하여 특허청구범위의 모든 기재에 의하여 특정되는 구조나 성질 등을 가지는 물건으로 파악하여 출원 전에 공지된 선행기술과 비교하여 신규성, 진보성 등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한편, 생명공학 분야나 고분자, 혼합물, 금속 등의 화학 분야 등에서의 물건의 발명 중에는 어떠한 제조방법에 의하여 얻어진 물건을 구조나 성질 등으로 직접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하여 제조방법에 의해서만 물건을 특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사정에 의하여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이라고 하더라도 그 본질이 ‘물건의 발명’이라는 점과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이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을 특정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은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발명과 그와 같은 사정은 없지만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을 구분하여 그 기재된 제조방법의 의미를 달리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와 달리,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을 그 제조방법에 의해서만 물건을 특정할 수밖에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로 나누어,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만 그 제조방법 자체를 고려할 필요가 없이 특허청구범위의 기재에 의하여 물건으로 특정되는 발명만을 선행기술과 대비하는 방법으로 진보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후3416 판결 …(여러 판결들 열거된 사항 생략)…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 2013후1726 판결(2015. 2. 12. 선고)은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에 대한 위와 같은 특허청구범위의 해석방법은 특허침해소송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 등 특허침해 단계에서 그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해석방법에 의하여 도출되는 특허발명의 권리범위가 명세서의 전체적인 기재에 의하여 파악되는 발명의 실체에 비추어 지나치게 넓다는 등의 명백히 불합리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권리범위를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제조방법의 범위 내로 한정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상기한 판결들에 의하면, 제조방법이 기재된 물건발명에 관한 특허요건 및 특허침해 판단요건이 일관되기 때문에 합리적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특허에서 제조방법에 의하여 특정된 물건과 다른 제조방법에 의하여 생산된 물건(선행기술의 물건 또는 침해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을 비교함에 있어서, 서로 다른 제조방법에 의하여 서로 다른 물건 또는 동일한 물건이 생산됨에 대한 입증이 용이하지 않아 심사단계 및 침해판단단계에서, 특히 침해판단단계에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특허 명세서에 물건의 구조나 성질 등이 직접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제조방법에 의하여 물건을 간접적으로 특정한 한계로부터 연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히 침해판단단계에서는 사후적으로 물건의 특성화를 위한 실험이 요구될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후적 물건의 특성화는 특허발명의 물건의 성질에 대한 정량적 수치로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은데, 그러한 경우 특허발명의 최초 명세서에 제시하지 못한 기술적 사항을 특허등록후에 추인하는 결과가 되어 신규사항의 추가를 부적법한 보정으로 보는 특허법의 입장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적 관점에서 상당히 미묘한 문제점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