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된 것이 재심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종전에는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 중에 또는 판결 후에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고 특허법원의 변론종결 후에 정정심결이 확정되었을 때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정정심결이 확정된 것은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0. 1. 22. 선고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러한 정정심결의 확정이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당 사건의 절차경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5. 12. 24. 무효심판 청구 (원고)
2016. 5. 20. 심판청구 기각 심결
2016. 6. 22. 심결취소의 소 제기
2016. 10. 21. 심결취소 판결
2016. 11. 4. 상고 (피고)
2016. 11. 28. 정정심판청구 (피고)
2017. 2. 8. 정정 심결
2020. 1. 22. 파기환송 (대법원 상고심)

대법원 2016후2522 전원합의체 판결은 행정소송법 제8조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정심결의 확정은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재심은 확정된 종국판결에 대하여 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판결의 확정에 따른 법적 안정성을 후퇴시켜 그 하자를 시정함으로써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마련된 것이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다45691 판결 등 참조). 행정소송법 제8조에 따라 심결취소소송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심리·판단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 그 자체가 그 후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확정판결에 법률적으로 구속력을 미치거나 또는 그 확정판결에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된 행정처분이 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확정적·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실인정의 자료가 되었다’는 것은 그 행정처분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있어서 증거자료로 채택되었고 그 행정처분의 변경이 확정판결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3897 판결,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다12679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르면 특허권자가 정정심판을 청구하여 특허무효심판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또는 도면(이하 ‘명세서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하 ‘정정심결’이라 한다)이 확정되더라도 정정 전 명세서 등으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가 규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은 정정심결의 확정이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특허결정의 당부를 다투는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법이 위와 같이 채택한 필수적 행정심판전치주의와 재결주의로 인해 당사자는 심결의 취소를 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심결과의 관계에서 원처분으로 볼 수 있는 특허결정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심리·판단해야 할 대상일 뿐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특허발명의 명세서 등에 대하여 정정을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어 그 정정 후의 명세서 등에 따라 특허결정, 특허권의 설정등록이 된 것으로 보더라도(특허법 제136조 제10항), 판결의 기초가 된 행정처분이 변경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또한 소송절차의 현저한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정심결의 확정이 재심사유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조 제1항은 “법원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민사소송의 이상을 공정·신속·경제에 두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신속·경제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에 의한 소송지연을 적절히 방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원고는 청구의 기초가 바뀌지 않는 한도에서 변론을 종결할 때까지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바꿀 수 있지만,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다211146 판결 등 참조). 특허권자는 특허무효심판절차에서는 정정청구를 통해, 그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에서는 정정심판청구를 통해 얼마든지 특허무효 주장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확정된 정정심결에 따라 청구의 원인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사실심 법원의 판단을 다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소송절차뿐만아니라 분쟁의 해결을 현저하게 지연시키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정정 전 명세서에 대한 특허결정(행정처분)이 정정 후 명세서에 대한 정정심결(다른 행정처분)에 의하여 변경되더라도 그러한 특허결정은 판결의 기초로 된 행정처분이 아니라 판결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판결의 대상을 정정 전 명세서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정정 후 명세서로 할 것인지 여부는 소송절차를 현저하게 지연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허권자가 정할 사항이며, 소송절차를 현저하게 지연시키면서까지 특허권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소송의 신속, 경제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에,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정정심결이 심결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이루어진 경우 그와 같이 정정된 명세서 등이 사실심 범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이 된다고 언급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유일한 사실심 법원이고, 다수의견에 따르면 특허권자는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 정정심결의 확정이라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소송 진행 중 특허권자에게 정정의 기회를 적정하게 부여함으로써 소송절차에서 적합한 절차적 보장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특허권자가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정정심판을 청구하면서 정정 후 명세서 등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경우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정정사유의 구체적 내용, 정정이 받아들여질 경우 심결취소소송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과거 정정내역, 정정할 기회가 보장되었는지 여부, 정정심판을 청구한 주된 목적이 소송을 지연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변론을 종결할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덧붙여 둔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한편, 특허법은 “특허무효심판의 심결 또는 정정의 무효심판의 심결에 대한 소가 특허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특허법원에서 변론이 종결(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의 선고를 말한다)된 날까지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제136조제2항)고 규정하여 정정심판 청구에 기간적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정 전 청구항들에 대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습니다. 만약 대법원이 정정 전 청구항들에 대하여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한다면 특허법원의 판결이 확정됩니다. 이때, 특허법원의 판결 확정은 심결 취소가 확정된다는 의미이므로 사건은 다시 특허심판원에 환송됩니다. 사건이 특허심판원에 환송되면, 정정심결에 의하여 특허결정의 내용이 변경되었으므로, 특허심판원은 정정심결에 의하여 변경된, 즉 정정된 특허 청구항들을 심판의 대상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특허심판원의 무효심판에서 무효가 아니라는 심결, 즉 기각심결이 있는 경우에는 특허법원의 변론종결때까지 정정심판을 청구한다면 특허법원 및 대법원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하더라도 특허권자는 정정된 특허 청구항들에 대하여 다시 무효여부를 다툴 기회가 있습니다.

반면에, 무효심판에서 무효심결이 있는 경우에는 특허권자는 정정된 특허 청구항들에 대하여 무효여부를 다투고자 한다면 특허법원 소송절차에서 늦지 않은 시기에 정정심판을 청구하고 정정심판에 의하여 정정될 특허 청구항들은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아 무효가 아니라는 항변과 정정될 특허 청구항들에 대하여 무효여부를 판단하여 달라고 요청하여야 할 것입니다. 특허법은 특허무효심판의 심결에 대한 소가 특허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에 특허법원에서 변론이 종결된 날까지 정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특허법원은 정정심판이 너무 늦게 청구될 경우에, 예를 들어 변론종결일에 정정심판이 청구될 경우에, 그러한 정정심판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정정 전의 특허청구항들에 대하여 무효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거나 정정심판의 결과에 상관없이 정정 전의 특허청구항들에 대하여 무효취지의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는 이에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