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성 상실 예외 제도

특허출원된 발명이 특허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특허출원 전에 그 발명이 공지되지 않아야 합니다. 즉, 신규성이 있는 발명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특허출원 전에 공지된 발명은 원칙적으로 신규성이 상실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예외없이 고수한다면, 교수 및 연구원은 자신의 발명을 학술지, 학회 등에서 발표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기업은 개발중인 제품을 박람회 및 전시회 등에 출품하는 것을 꺼리거나 긴급한 신제품 출시를 늦추어야 하는 등, 경우에 따라서는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일정한 경우에 신규성이 상실되었더라도 특허출원을 하는 경우에는 그 특허출원발명에 대해서는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소위 신규성 상실 예외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0조(공지 등이 되지 아니한 발명으로 보는 경우) ①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발명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그 날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을 하면 그 특허출원된 발명에 대하여 제29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발명은 같은 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
1.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발명이 제29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다만, 조약 또는 법률에 따라 국내 또는 국외에서 출원공개되거나 등록공고된 경우는 제외한다.
2.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발명이 제29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② 제1항제1호의 적용을 받으려는 자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적어 출원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특허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특허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보완수수료를 납부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에 제1항제1호를 적용받으려는 취지를 적은 서류 또는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1. 제47조제1항에 따라 보정할 수 있는 기간
2. 제66조에 따른 특허결정 또는 제176조제1항에 따른 특허거절결정 취소심결(특허등록을 결정한 심결에 한정하되, 재심심결을 포함한다)의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의 기간. 다만, 제79조에 따른 설정등록을 받으려는 날이 3개월보다 짧은 경우에는 그 날까지의 기간

우리나라 특허법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을 적용받아 특허등록을 받기 위한 요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가 자신의 발명을 공지한 것이거나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의사에 반하여 발명이 공지되었을 것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는 발명자이거나 발명자로부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도받은 자입니다. 따라서,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발명자 또는 그 발명에 대한 승계인이 그 발명을 공개하여야 합니다. 발명자 또는 승계인에 의한 발명의 공개는 본인이 직접 공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허락 또는 지시에 의하여 타인이 공개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A가 어떤 발명에 대하여 특허출원을 하였는데, 그 특허출원일 전에 A와는 전혀 무관한 B가 그 발명을 공개하였다면, A의 특허출원은 신규성이 인정되지 않아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B는 A의 발명에 대하여 발명자도 아니고 발명의 승계인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언급한 바와 같이, B가 A 또는 A의 발명에 대한 승계인으로부터 그 발명을 지득하였고, A 또는 A의 승계인의 허락 또는 지시에 의하여 그 발명을 공개한 경우라면 A 또는 A의 승계인에 의한 공개로 인정되기 때문에 A의 발명은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B가 A 또는 A의 승계인으로부터 그 발명을 지득하였는데, A 또는 A의 승계인의 허락 또는 지시를 받지 않고 그 발명을 공개하였다면, 그러한 공개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을 하면서 특허출원을 할 때 문제가 되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발명자 A는 특허출원 전에 시제품을 전시회에 출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로부터 12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특허출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B는 우연히 그 전시회에 참석하여 A의 시제품을 보게 되었고, A의 특허출원일 전에 그 시제품을 완성하여 판매를 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하면, B는 스스로 그 시제품을 개발한 것이 아니고, A로부터 그 시제품에 관한 발명을 지득한 것이기 때문에 B의 제품 판매는 A의 의사에 반한 공지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B의 제품 판매 행위로 인하여 A의 발명에 대한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적 관점에서, B는 그 제품을 자신이 스스로 개발하였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A는 자신의 발명에 대하여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B의 제품 판매는 자신의 발명을 보고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고 B가 스스로 제품 개발을 한 것이 아님을 입증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신규성 상실 예외 제도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위의 예시적 상황에서 B가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에 그 시제품에 관한 발명을 A의 특허출원일 전에 특허출원한 경우라면, A의 특허출원은 B의 특허출원보다 늦은 것이 되어 A는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물론 B도 A에 의한 공개때문에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가 특허등록을 받기 위해서는, B가 그 발명을 스스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A의 시제품을 보고 모방을 하여 모인출원을 하였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또한 신규성 상실 예외 제도의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에 대하여, 미국 특허법은 발명자의 공개와 특허출원일 사이에 타인의 공개 및 특허출원이 있더라도 그러한 타인의 공개 및 특허출원으로 인하여 발명자의 특허출원이 거절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위와 같은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2) 공지된 발명과 특허출원된 발명은 동일한 발명이거나 진보성이 부정될 수 있는 발명일 것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가 발명을 공개하고 그 후 특허출원하였을 때, 공개한 발명과 특허출원한 발명은 일반적으로는 동일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명 공개일과 특허출원일 사이의 기간이 어느 정도 된다면 그 동안에 공개한 발명을 개량한 발명이 특허출원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특허출원된 발명이 공개된 발명과 동일한 발명일 경우에만 신규성 상실 예외를 인정한다면, 공개된 발명보다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개량된 발명은 특허등록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불합리합니다. 따라서, 특허법은 신규성 규정의 적용뿐만 아니라 진보성 규정에 대해서도 공개된 발명을 선행기술에서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3) 공지된 날로부터 12개월 이내에 특허출원할 것

종래에는 공지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특허출원하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였지만,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그 기간이 12개월로 연장되었습니다.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6개월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4) 공지의 형태에는 제한이 없음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하여 또는 그 자의 의사에 반하여 발명이 공지되었다면, 공지된 유형은 특별히 제한되지 않습니다. 즉 간행물에 기재함으로써 공지가 되었건, 박람회 출품에 의해 공지가 되었건, 그 외에 시험, 판매 등에 의하여 공지가 되었건 상관하지 않습니다.

한편, 유럽의 경우에는 매우 제한적인 공지 유형만이 인정됩니다. 구체적으로, ‘1928년 11월 22일 파리에서 조인되고 1972년 11월 30일 최종 개정된 국제전시회에 관한 협약’의 조건에 맞는 공식적인 또는 공인된 국제전시회에서 행한 발명의 개시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신규성 상실 예외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국제전시회로는 Milano(IT), Antalya(TR), Astana(KZ) 및 Dubai(AE)로 된 4개의 국제박람회만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중국정부가 주최하거나 승인한 국제박람회에 최초로 전시한 경우, 규정된 학술회의나 기술회의에 최초로 발표한 경우, 타인이 출원인의 동의를 거치지 아니하고 그 내용을 누설한 경우만이 신규성 상실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5) 절차를 준수할 것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을 적용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하여야 하고, 증명서류를 특허출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특허청장에게 제출하여야 합니다.
신규성 상실 예외 주장은 특허출원시에 특허출원서에 그 취지를 기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의견제출통지서에 대한 보정기간 또는 특허결정의 등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취지를 기재한 서류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증명서류의 제출도 그러한 기간 내에 보완할 수 있습니다.

신규성 상실 예외 규정에 대한 효력은 단지 특허출원일 전에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에 의한 발명의 공개에 의하여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즉, 특허출원일이 발명의 공지일로 소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 신규성 상실 예외가 적용되는 특허출원을 한 후 우선권주장기간인 1년 이내에 한국에 우선권주장을 하여 특허출원을 하는 경우, 한국에서의 실제 특허출원일이 그 발명의 공지일로부터 1년을 경과하게 된다면 한국에서는 그 특허출원에 대하여 신규성 상실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이러한 사항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대해서도 적용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실제 특허출원일 전으로부터 1년 이내에 발명의 공지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지 않고 ‘유효출원일 전 1년 이내에 발명의 공지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유효출원일은 우선권주장이 있는 특허출원에 대해서는 실제 출원일이 아니라 우선권주장의 기초가 된 특허출원의 출원일이고, 분할출원에 대해서는 원출원일입니다. 따라서, 발명의 공지일로부터 1년 이내에 우선권주장의 기초가 되는 특허출원을 하면, 그 후 우선권주장을 한 특허출원이 발명의 공지일로부터 1년을 경과하여 제출되었더라도 신규성 상실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신규성 상실 예외에 대한 인정은 미국에서 가장 폭넓게 인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의 제도는 특허출원인에 대한 보호를 가장 두텁게 한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반면에 선행기술중 어떤 것이 신규성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지 알 수 없으므로, 심사관에게는 심사부담이 어느 정도 가중된다고 할 수 있고, 또한 제3자는 특허출원발명이 선행기술과 동일하더라도 특허등록이 거절될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고, 특허청의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그러한 점은 단점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특허출원인의 이익 그리고 심사관 및 제3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어떤 지점에서 균형을 맞출 것인가는 각국이 정책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문제이므로, 어떤 제도가 좋다라고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신규성 상실 예외 제도가 실효성있게 운용되게 하기 위한 검토도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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