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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발명

선택발명은 선행기술에 상위개념으로 공지된 발명 범위 내에서 특정 하위개념을 선택하여 특허를 받은 발명을 말합니다. 선택발명의 인정은 넓은 범위를 공개하는 선행 특허가 후속 연구개발(R&D)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점진적이지만 중요한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적 목적을 가집니다. 제1부: 한국의 법적 프레임워크 및 최신 동향 선택발명의 특허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신규성, 명세서 기재요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보성입니다. 신규성 및 명세서 기재요건: 신규성은 선행문헌에 해당 발명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지 않았다면 인정됩니다. 단순히 상위개념에 포함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신규성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명세서에는 발명의 효과를 명확히 기재해야 하지만, 출원 시점에 모든 실험 데이터를 제출할 필요는 없으며, 심사 과정에서 의견서와 함께 보충 자료를 제출하여 효과를 입증할 수 있습니다. 진보성 판단의 패러다임 전환: 과거 한국의 판례와 심사 실무는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거의 전적으로 '효과의 현저성'에 의존했습니다. 즉, 선행기술에 비해 질적으로 다르거나 양적으로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보여야만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픽사반(Apixaban) 사건(대법원 2019후10609)을 기점으로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효과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던 관행을 비판하고, 다른 모든 발명과 마찬가지로 '구성의 곤란성'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선행기술에 상위개념이 존재하더라도, 그로부터 특정 하위개념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비자명한 창작 과정일 수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기준 하에서 '효과의 현저성'은 진보성 판단의 독립적인 요건이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을 추론하게 하는 유력한 간접 증거로 기능합니다. 즉, 예측 불가능한 뛰어난 효과는 그 구성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을 강력히 뒷받침합니다. 반대로, 구성의 선택 자체가 매우 창의적이고 곤란했다면, 효과가 다소 평이하더라도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제2부: 주요국 특허 제도와의 비교 미국(USPTO): '선택발명'이라는 별도 법리 없이, 모든 발명을 비자명성(non-obviousness)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시도해 볼 만한 자명성(obvious to try)'과 '성공에 대한 합리적 기대'가 있었다면 특허받기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unexpected results)'를 입증하여…

특허 균등론 관련 주요 대법원 판례

서론: 균등론 판례 법리의 진화 과정 특허권의 보호 범위는 청구범위의 문언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제3자가 특허발명의 핵심을 유지한 채 비본질적인 부분만을 변경하여 특허망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판례법상 '균등론'이 발전해 왔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은 일련의 판결을 통해 균등론의 적용 요건을 제시하고,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판단 기준을 끊임없이 정교화해왔습니다.   이하에서는, 대한민국 균등론의 초석을 다진 대법원 97후2200 판결에서부터 시작하여,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2007후3806 판결, '기술사상의 핵심'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2012후1132 판결, 그리고 '기술발전 기여도'라는 새로운 차원의 기준을 제시한 2017후424 판결 및 2018다267252 판결에 이르기까지, 주요 판례들을 통해 균등론 법리가 어떻게 심화되고 발전해왔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1장: 균등론 5요건 법리의 확립 (대법원 2000. 7. 28. 선고 97후2200 판결) 대한민국 균등론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최초로 명확하게 제시한 판결은 대법원 97후2200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균등침해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체계적인 5가지 요건을 확립했으며, 그 골격은 현재까지도 균등론 판단의 핵심 프레임워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97후2200 판결이 제시한 균등침해 5요건]   (적극적 요건 1) 과제해결원리의 동일성: 양 발명의 기술적 사상 내지 과제의 해결원리가 동일할 것. (적극적 요건 2) 작용효과의 실질적 동일성 (치환가능성): 치환된 구성이 특허발명의 구성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작용효과를 나타낼 것. (적극적 요건 3) 치환의 용이성 (치환자명성): 그와 같이 치환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용이하게 도출될 수 있을 것. (소극적 요건 1) 자유실시기술 배제: 침해품이 특허발명의 출원 시에 이미 공지되었거나 그로부터 용이하게 도출될 수 있는 기술이 아닐 것. (소극적 요건 2) 의식적 제외 배제 (출원경과 금반언): 침해품의 구성이 특허 출원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이 아닐 것. 이 판결은 균등론에 대한 막연한 개념을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정립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나, 각 요건의 구체적인 의미와 판단 방법에…

특허 청구범위 해석 원칙

특허 제도는 기술혁신을 장려하기 위하여 발명자에게 일정 기간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법적 효력과 권리의 경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특허청구범위(claims)’입니다. 청구범위는 특허권자가 보호받고자 하는 발명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 문서로,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특허권의 실질적 가치와 분쟁의 향방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청구범위 해석은 발명자에게는 정당한 보호를 제공하고, 제3자에게는 자유로운 기술 실시의 영역을 명확히 하여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장합니다. 즉, 청구범위 해석은 그렇게 상충하는 가치를 조화시키는 고도의 지적 작업입니다. 대한민국 법원은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통상의 기술자)의 객관적 시각에서, 명세서와 도면 등 내적 증거를 우선하여 청구범위를 해석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1. 문언적 권리범위의 확정: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과 그 한계 특허 침해 판단의 출발점이자 가장 엄격한 기준은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 Elements Rule)’입니다. 이 원칙은 침해 의심 제품이나 방법이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모든 구성요소를 문자 그대로 전부 포함하여 실시하는 경우에만 문언적 침해(Literal Infringement)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침해품이 특허발명의 구성요소 중 하나라도 구비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문언침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포함하면서 추가적인 요소를 부가한 경우에는 침해에 해당합니다. 이 원칙의 법적 근거는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특허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하여진다”고 명시한 특허법 제97조입니다. 이는 권리범위의 경계를 청구항의 문언으로 명확히 한정하는 ‘주변한정주의(Peripheral Claiming)’를 채택한 것으로, 법적 안정성과 제3자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입법 태도를 반영합니다. 그러나 청구범위의 용어는 그 자체만으로 기술적 의미가 불명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법원은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을 ‘참작’하여 그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청구범위의 기재만으로 기술적 구성을 알 수 없거나, 그 기술적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명세서의 다른 기재를 통해 보충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용어의 의미를 밝히기 위한 ‘해석’의 도구일 뿐이고,…

2005후3284 판결: 특허 진보성 판단기준

서론: 진보성 판단의 패러다임 전환 대법원 2007년 9월 6일 선고 2005후3284 판결은 대한민국 특허법상, 특히 복수의 구성요소를 결합한 '결합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한 기념비적인 판결입니다. 이 판결 이전에는 결합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 '구성의 곤란성'이나 '현저한 상승효과'와 같은 다소 경직된 잣대를 적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5후3284 판결은 개별 구성요소의 단순한 합이 아닌 '유기적 결합체'로서의 발명 전체를 평가하고, 선행기술을 결합하게 된 '동기'를 체계적으로 심리하도록 하는 현대적 법리의 초석을 마련함으로써, 진보성 판단에 있어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습니다. 법리의 탄생: 사건의 배경과 핵심 쟁점 이 사건은 반도체 기술 기업 폼팩터(FormFactor, Inc.)의 '프로브 카드 조립체' 특허에 대해 경쟁사인 파이컴이 무효 심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분쟁이 된 발명은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시 발생하는 평면도(planarit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1) 지지기층의 배향을 조절하여 '전체적 평면도'를 확보하는 공지 기술과 (2) 개별 프로브가 유연하게 움직여 '국부적 평면도'를 보상하는 공지 기술을 결합한 것이었습니다. 하급심인 특허법원은 이 두 기술이 각각 선행기술에 공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가 이를 결합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보아 진보성을 부정했습니다. 그 근거로 ▲동일 기술 분야의 '기본적인 과제' 해결을 위한 시도라는 점,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개념을 시사하는 다른 선행기술이 존재한다는 점, ▲결합으로 인한 효과가 각 구성요소 효과의 예측 가능한 합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특허법원의 논리를 그대로 확정하면서, 이를 대한민국 특허 실무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로 격상시켰습니다. 2005후3284 법리의 핵심: 이원적 판단 구조 이 판결이 확립한 법리는 크게 두 가지 원칙으로 구성됩니다. 발명의 '유기적 전체'로서의 파악: 진보성 판단의 대상은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이며, 단순히 구성요소를 분해하여 각각이 공지되었는지 따지는 '분해 및 대비' 방식은 금지됩니다. 대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대법원 88후769 판결: 특허 진보성 판단기준

1. 서론: 진보성 판단의 의의와 기준 특허 제도는 기술적 창작을 보호하여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를 위해 발명은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이라는 3대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진보성은 특허법 제29조 제2항에 따라, 해당 기술 분야의 '통상의 기술자'가 출원 시점에서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없는' 비자명적인 기술적 창작에만 특허를 부여하기 위한 핵심 요건입니다. 판례와 실무는 진보성 판단을 위해 발명을 목적, 구성, 효과의 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여기서 '목적의 특이성', '구성의 곤란성', '효과의 현저성'이라는 구체적인 판단 요소를 도출했습니다. 이 중에서 '구성의 곤란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되, 다른 요소들을 보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현재의 확립된 접근 방식입니다. 이러한 원칙의 확립에 있어서, 88후769 판결은 중요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2. 88후769 판결의 핵심: '효과의 현저성'을 독립적 기준으로 확립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후516 판결 및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8후769 판결은 특허 진보성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제시하는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 이전에는 주로 공지기술의 단순한 집합이나 다른 분야로의 전용(轉用)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 구성의 변경이 미미하지만 효과가 극적인 화학, 의약 발명 등에 적용할 명확한 기준이 부족했습니다. 88후516 판결은 거절사정 사건에서, "출원발명이 공지, 공용의 기존기술을 종합한 경우에는 선행기술을 종합하는데 각별한 곤란성이 있다거나 이로 인한 작용효과가 공지된 선행기술로부터 예측되는 효과 이상의 새로운 상승효과가 인정되고 그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선행기술에 의하여 용이하게 발명할 수 없다고 보여지는 경우나 새로운 기술적 방법을 추가하는 경우에는 출원발명의 진보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88후769 판결은 등록무효 사건에서, 동일한 취지를 판시하였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구성의 곤란성에 대하여 각별한 곤란성이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이 이후에 한계로 지적되었으나, 특허 진보성 판단기준의 명확성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한국 특허실무상 진보성 판단기준

진보성의 법적 기초와 판단 체계 한국 특허 제도는 산업 발전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발명에 독점배타적 권리를 부여한다. 특허를 받기 위한 핵심 요건 중 하나인 진보성은 특허법 제29조 제2항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통상의 기술자)'이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은 특허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단순 개량이 아닌 실질적 기술 진보를 이룬 발명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진보성 판단의 주체인 '통상의 기술자'는 해당 기술 분야의 평균적인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통상적인 창작 능력을 보유한 가상의 인물이다. 판단의 기반이 되는 '선행기술'은 출원 전 국내외에 모든 형태로 공개된 기술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발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사후적 고찰의 금지'이다. 한국 실무는 이러한 추상적 기준을 구체화하기 위해 '목적-구성-효과'라는 분석적 틀을 확립했다. 이 틀의 핵심은 발명의 기술적 수단이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도출될 수 없는지를 평가하는 '구성의 곤란성'이다. 그리고 발명이 해결하려는 과제가 새로운 '목적의 특이성'과 선행기술로부터 예측할 수 없는 '효과의 현저성'은 구성의 곤란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간접 증거로 작용한다. 특히 화학, 의약 등 예측 불가능한 기술 분야에서는 효과의 현저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성'과 '효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한국 진보성 판단기준 변천의 핵심적인 역사이다. 진보성 판단기준의 역사적 변천 한국의 진보성 판단기준은 크게 세 시기를 거치며 발전했다. 초기: '효과의 현저성' 우위 시대 (2007년 이전) 2007년 이전 판례는 '효과의 현저성'을 사실상의 필수 요건으로 간주했다. 1989년 대법원 판결(88후769)은 결합발명의 경우 선행기술로부터 예측되는 효과 이상의 '새로운 상승효과'가 있어야 진보성을 인정했다. '효과 중심주의'는 구성이 창의적이더라도 우월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특허를 받기 어렵게 만들어, 특허권자에게 불리하고 권리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환기: '결합의 동기' 논리 부상 (2007년) 2007년 대법원 판결(2005후3284)은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이 판결은…

상표 유사 판단기준

서론: 상표 유사 판단의 본질과 목표 상표의 유사 판단은 상표 등록 및 권리 침해 여부를 가르는 핵심적인 법적 절차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두 표장의 외형적 차이를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수요자'가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하거나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상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출처표시 기능'을 보호하고, 수요자가 특정 브랜드를 신뢰하고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확립하려는 상표법의 근본 목적에 따른 규범적이고 가치론적인 평가 과정입니다. 판단의 원칙: '수요자'의 관점과 '이격적 관찰' 상표 유사성 판단은 가상의 주체인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수요자'의 입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수요자는 해당 상품 분야에 대한 평균적인 지식과 주의력을 가진 합리적인 일반인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러한 수요자의 관점에서 법원과 특허청은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상표를 관찰합니다. 전체적 관찰: 상표를 인위적으로 분해하지 않고, 구성 부분 전체가 결합하여 주는 인상과 느낌을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객관적 관찰: 당사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닌, 실제 거래 사회의 통념과 객관적 증거에 기반하여 판단합니다. 이격적 관찰: 수요자는 두 상표를 나란히 놓고 정밀하게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접하며 불확실한 기억에 의존한다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따라서 두 상표를 시간적·공간적 간격을 두고 관찰했을 때 혼동의 우려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 원칙 때문에, 나란히 놓으면 구별 가능해 보이는 상표라도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접했을 때 수요자의 기억 속에서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면 유사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유사 판단의 3대 핵심 요소: 외관, 호칭, 관념 위의 원칙하에, 상표의 유사는 다음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평가됩니다. 외관(Appearance)의 유사: 상표의 시각적 형태, 디자인, 구성, 색채 등 외형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인상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문자 하나하나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상표 전체가 주는 '지배적인…

상표권 행사에 대한 권리남용 항변

상표권은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타인의 행위를 배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는 정당한 권리행사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상표권에 대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소송 등에서 피고는 원고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을 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2. 10. 18. 선고 2010다103000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표법은 등록상표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별도로 마련한 상표등록의 무효심판절차를 거쳐 그 등록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상표는 일단 등록된 이상 비록 등록무효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한다는 심결이 확정되지 않는 한 대세적으로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상표등록에 관한 상표법의 제반 규정을 만족하지 못하여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에 대해 잘못하여 상표등록이 이루어져 있거나 상표등록이 된 후에 상표법이 규정하고 있는 등록무효사유가 발생하였으나 그 상표등록만은 형식적으로 유지되고 있을 뿐임에도 그에 관한 상표권을 별다른 제한 없이 독점배타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상표의 사용과 관련된 공공의 이익을 부당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사용자의 업무상 신용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법의 목적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상표권도 사적 재산권의 하나인 이상 그 실질적 가치에 부응하여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맞게 행사되어야 할 것인데, 상표등록이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여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음에도 형식적으로 상표등록이 되어 있음을 기화로 그 상표를 사용하는 자를 상대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은 상표권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고 그 상표를 사용하는 자에게는 불합리한 고통이나 손해를 줄 뿐이므로 실질적 정의와 당사자들 사이의 형평에도 어긋난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표등록이 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대법원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의 하급심 판결 검토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대법원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의 하급심 판결을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4229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10. 선고 2016가합534229 판결은 이 사건 서비스표의 요부는 문자 부분인 "DATA FACTORY"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후, 이 사건 서비스표의 요부를 피고의 서비스표("데이터팩토리", "DATA FACTORY")와 대비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서비스표와 피고의 서비스표 모두 ‘데이터팩토리’로 청음되어 동일하고, 그 관념도 ‘DATA’를 생산 또는 처리하는 공장의 의미로서 동일하며, 피고의 ‘데이터 복구업’은 이 사건 서비스표의 지정 서비스업인 ‘데이터의 자료전환업’,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자문업’, ‘컴퓨터 소프트웨어 유지·관리업’에 속하는 것으로 동일할 뿐만 아니라, 피고의 서비스표 중 영문으로 된 것은 외관도 동일하고 국문으로 된 것은 영문을 국문으로 바꾸어 기재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서비스표와 피고의 서비스표는 그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서로 유사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또한 이 사건 서비스표는 누구나 사용하는 보통명칭에 해당하거나 지정서비스업인 컴퓨터 프로그램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서비스표 중 ‘DATA’는 “① 이론을 세우는데 기초가 되는 사실 또는 바탕이 되는 자료, ② 관찰이나 실험, 조사로 얻은 사실이나 정보, ③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문자, 숫자, 소리, 그림 따위의 형태로 된 정보.”를 의미하고 ‘FACTORY’는 “공장”을 의미하는바, 어떠한 유체물을 만들어 내는 ‘FACTORY’의 일반적인 의미와 무형의 자료나 정보를 의미하는 ‘DATA’는 원칙적으로 함께 사용되지 않는 다른 유형의 단어결합으로서 이 사건 서비스표의 지정 서비스업의 보통명칭을 보통으로 사용하였다거나 그 가공방법·생산방법을 보통으로 사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특허법원 2017나5158 판결 특허법원 2018. 6. 21. 선고 2017나2158 판결은 위 제1심 판결의 내용을 지지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1) 표장의 비유사 여부 가) 피고는, 이…

대법원 2018다253444 전원합의체 판결 검토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2014. 9. 5. 표장에 관하여 지정상품 및 지정서비스업을 상품류 구분 제09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류 구분 제42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 등으로 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2014. 12. 18. 상표등록을 받았습니다. 피고는 2015. 12. 18. 설립되어 컴퓨터 데이터 복구 및 메모리 복구업, 컴퓨터 수리 및 판매업 등을 하면서 , , 와 같은 형태의 표장을 사용하였습니다. 원고는 2016. 6. 13. 피고를 상대로 '데이터팩토리', 'DATA FACTORY' 표장의 사용 금지 등과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16. 8. 10. 표장에 관하여 지정상품 및 지정서비스업을 상품류 구분 제09류 이미지 및 문서 스캔용 컴퓨터 소프트웨어, 서비스업류 구분 제42류 컴퓨터 소프트웨어 설계 및 개발업 등으로 하여 상표등록출원을 하였고, 원고의 이의신청을 거쳐 2017. 8. 8. 상표등록을 받았습니다. 2. 대법원 상고심에서의 쟁점 및 판단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 등록상표의 등록 이후 피고 사용표장의 사용이 후출원 등록상표의 사용으로서 이 사건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부정되는지 여부인데, 대법원은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결하였으며,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설시하였습니다. 가. 다음과 같은 상표권의 효력과 선출원주의, 타인의 권리와의 관계 등에 관한 상표법의 규정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상표법은 저촉되는 지식재산권 상호 간에 선출원 또는 선발생 권리가 우선함을 기본원리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상표권 사이의 저촉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상표권자가 상표등록출원일 전에 출원ㆍ등록된 타인의 선출원 등록상표와 동일ㆍ유사한 상표를 등록받아(이하 ‘후출원 등록상표’라고 한다) 선출원 등록상표권자의 동의 없이 이를 선출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ㆍ유사한 상품에 사용하였다면 후출원 등록상표의 적극적 효력이 제한되어 후출원 등록상표에 대한 등록무효 심결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선출원 등록상표권에 대한 침해가 성립한다. 1) 상표권자는 지정상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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