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상표의 사용’의 본질과 중요성
상표법의 핵심은 ‘상표의 사용’에 있다. 이는 단순한 표장(標章)에 법적 생명력을 불어넣어 기업의 신용과 명성을 담는 ‘상표(商標)’로 기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행위다. 상표권은 등록으로 발생하지만, 그 권리의 실질적 가치와 존속은 시장에서의 실제 사용을 통해 완성된다. 사용되지 않는 상표는 타인의 상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죽은 권리’로 남을 수 있기에, 상표법은 불사용 상표의 등록을 취소하여 실제 사용을 장려한다. 반대로, 본래 식별력이 없는 표장이라도 지속적인 사용을 통해 특정 출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면 법적 보호를 받는다. 이처럼 ‘사용’은 상표권의 발생, 존속, 침해, 소멸 전반에 걸쳐 권리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 범위를 확정하는 기준점이다. 또한 ‘상표의 사용’은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상거래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동태적(dynamic) 개념으로, 특히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해석과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상표의 사용’의 법적 정의와 실질적 요건
상표법 제2조는 ‘상표의 사용’을 구체적인 행위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1) 표시 행위(상품이나 포장에 상표를 붙이는 것), (2) 유통 행위(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인도·전시·수출·수입하는 것), (3) 광고 행위(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등에 상표를 표시하고 널리 알리는 것)가 포함된다. 특히 법은 ‘전기통신회선을 통한 제공’이나 ‘전자적 방법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명시하여, 온라인 쇼핑몰,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환경에서의 사용을 포괄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적 행위만으로는 부족하며, 법원은 실질적 요건으로서 ‘상표적 사용’을 요구한다. 이는 해당 표장의 사용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표시하고 타인의 것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 즉 ‘상표로서’ 기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만약 표장이 출처표시 기능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비상표적 사용’으로 보아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판례는 비상표적 사용을 다음과 같이 유형화했다:
디자인적 사용: 표장이 순수하게 상품의 미적 가치나 장식 효과를 위해 사용된 경우다. 다만, 디자인적 심미감을 주면서 동시에 출처표시 기능도 수행한다면 상표적 사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
기술적 사용: 상품의 품질, 효능, 용도, 형상 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경우로, 특정인에게 설명적 단어의 독점권을 줄 수 없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상호의 사용: 간판이나 거래서류에 상호를 평이하게 기재하는 것은 상표적 사용이 아니나, 상호를 도안화하거나 상품 전면에 부각시켜 브랜드처럼 사용하면 상표적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
‘사용’을 전제로 하는 주요 법적 효과
‘상표의 사용’은 상표권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본래 식별력이 없는 기술적 표장이나 지리적 명칭 등도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특정인이 계속 사용한 결과, 수요자들 사이에서 특정인의 출처 표시로 현저히 인식되면 예외적으로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상표법 제33조 제2항). 이는 사용을 통해 새로운 식별력을 획득한 시장의 현실을 법이 인정하는 제도다.
상표권 침해: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표장을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허락 없이 ‘상표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를 구성한다. 상표법은 직접적인 사용 행위 외에도, 침해품의 제작·유통·소지 등 침해를 유발할 개연성이 높은 예비적·방조적 행위(간접침해)까지 침해로 간주하여 규제한다. 한편, 상표권자가 국내에서 적법하게 유통시킨 상품에 대해서는 상표권의 효력이 소진되어(권리소진의 원칙), 이를 재판매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침해가 아니다. 단, 상품을 변형하여 동일성을 해치거나 라이선스 계약의 주요 조건을 위반하여 유통된 상품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불사용취소심판: 상표권자나 사용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국내에서 계속하여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인은 그 상표등록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이 심판에서는 상표권자가 자신의 사용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취소를 면하기 위한 명목상의 사용이 아닌 진정한 상업적 사용이어야 한다.
‘상표의 사용’에 대한 통제: 라이선스
상표권자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타인에게 상표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 상표법은 이를 전용사용권과 통상사용권으로 나눈다.
전용사용권: 설정된 범위 내에서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다. 효력 발생을 위해 반드시 원부에 ‘등록’해야 하며, 일단 설정되면 상표권자 자신도 사용할 수 없다. 전용사용권자는 제3자의 침해에 대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 물권에 준하는 강력한 권리를 갖는다.
통상사용권: ‘비독점적’ 사용권으로, 계약만으로 효력이 발생하며 여러 명에게 설정할 수 있다. 채권적 권리의 성격을 가지며, 원칙적으로 침해에 대한 직접 소송권이 없다.
디지털 환경과 신기술에서의 ‘상표의 사용’
디지털 경제의 발전은 ‘사용’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다.
온라인 키워드 검색광고: 경쟁사의 상표를 키워드로 구매해 광고를 노출하는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이를 상표법상 ‘광고’로서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침해 여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출처 오인·혼동 가능성에 따라 판단된다.
소셜 미디어 및 플랫폼: 계정명, 해시태그, 인플루언서 광고 등 상업적 목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법의 규율 대상이 된다. 특히 2022년 개정 상표법은 디지털 상품의 온라인 유통을 ‘사용’ 행위로 명문화했다.
메타버스와 NFT: 가상공간에서의 상표 사용 역시 새로운 쟁점이다. ‘메타버킨스’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NFT에 사용된 명칭이 단순한 예술 작품 제목을 넘어 디지털 자산의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로서’ 기능한다고 보아 상표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는 가상상품에도 전통적인 상표법 원칙이 적용됨을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다.
비교법적 분석 및 결론
한국은 상표를 먼저 ‘등록’한 자에게 권리를 주는 등록주의를, 미국은 먼저 ‘사용’한 자에게 권리를 주는 사용주의를 채택한다. 그러나 미국도 강력한 보호를 위해 연방 등록과 지속적인 사용 증명을 요구하고, 한국도 등록 유지를 위해 3년간의 사용 의무를 부과하는 등 양국 제도는 ‘실제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불사용취소심판 제도는 한국과 일본이 3년, EU가 5년의 불사용 기간을 요구하는 등 국가별 차이가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상표의 사용’은 상표법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법률적 정의에서 시작하여, ‘상표적 사용’이라는 실질적 필터를 거쳐 권리의 발생, 보호,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에서 법원은 기술의 외형이 아닌 ‘출처표시 기능’이라는 본질에 집중하여 법리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및 법률 실무가는 상표의 적극적인 사용과 그에 대한 철저한 증거 관리를 통해 브랜드 자산을 보호하고, 변화하는 상거래 환경에 맞는 다각적인 법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